계승(係承)
* 마다라와 치아키의 이야기
* 날조 범벅입니다. 이런 걸 싫어하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앙스타 덕질을 한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3학년 때의 치아키는 이미 지금의 성격이니까 그 전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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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성대를 졸업할거야."
"뭐!?"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는 저도 모르게 벤치에서 일어났다. 후두둑, 미처 다 먹지 못한 도시락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졸업이라니, 갑자기? 말이 좋아 졸업이지 탈퇴를 말하는 게 아닌가! 침착하게 빵을 우물거리기만 하는 마다라를 보던 치아키는 머리를 거칠게 흩으며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니, 사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마다라가 하는 말을 이해했지만 좀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함께 유닛활동을 하다 3학년이 되어 유메노사키를 졸업하는 것 이외의 이별방식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성레드인 그가 그런 말을 꺼내다니.
"마다라, 진심이냐?"
"응. 이미 정했어."
"…으으, 머릿속이 복잡하군."
"그래서말인데, 치아키."
다음 레드는 네가 맡아라. 앞으로의 유성대를 끌어갈 사람에는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해.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의 붉은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번에 그렇게 하겠다고 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유성대는 유서깊은 유닛이다. 그 사실은 처음에 유성대에 들어갔을 때부터 들어왔기에 아직도 머릿속에, 마음 속에 박혀있었다. 그런 유닛을 내가 끌어나가라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것도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사실은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멤버들 간에 불화가 있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나가는 것이다. 이대로 붙잡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치아키는 깍지를 낀 채 엄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혼란스러워서.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아하하, 뭐,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 마다라는 사과주스를 순식간에 비워버리고는 빈 팩에 꽂힌 빨대를 가만히 입에 물고 있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다 조용히 옛날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꽤 많이 달라졌네, 우리. 그렇게 운을 뗀 마다라의 시선이 잠시 치아키를 향했다. 생각에 잠겨있던 치아키는 그의 말에 시선을 마주했다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러네, 라고 답했다. 지금은 제법 열혈콤비로 학생회를 귀찮게 하거나 함께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모리사와 치아키는 지금만큼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1학년 봄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특별히 무언가 거창한 것이 하고 싶은 신입생은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적당히 학교 생활을 하고 적당히 졸업을 하면, 그저 그러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유닛활동을 먼저 하자고 권유한 것은 같은 반의 마다라였다. 그게 설마 히어로 컨셉의 유닛, 「유성대」일 줄은 몰랐지만. 결국 어영부영 그에게 휘말려 함께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유성대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누구나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히어로물을 보고 몇 번인가 흉내를 내보기는 하지만, 커가면서 그런 건 '어린애같다'는 이유로 하찮은 취급을 당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아침 7시 30분에 방송을 보는 걸 그만뒀는 지도 치아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마다라는 곧잘 얽혀들어왔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언제나 그랬듯이 일어나 정의의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들을 봤다며. 귀찮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에는 적당히 상대를 하고 넘겨버릴 생각이었지만, 1학년 말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어느새 일요일 아침 방송을 열심히 챙겨보고 있었다.
"뭐,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한테는 감사하고있어, 마다라."
"그렇게 거창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뭐."
"…유성대를 졸업하면 뭘 할거냐?"
"음, 그거 말인데. 솔로 활동을 시작할까 해."
"솔로…?"
"아아, 혼자서 말이야. 자유롭게."
"하하! 너다운 말이네, 마다라!"
자유라. 마다라가 이렇게 말을 걸고 나오면 그를 말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에 잠긴 치아키는 피식 웃고는 주먹을 가볍게 마다라에게 내밀었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마다라에게 있어,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유성대」를 지키기 위해. 비록 무언가를 짊어지고 이어나가는 일에는 서툴지만, 그럼에도 이 유닛을 위해 해야만 한다면. 치아키가 내민 주먹을 보던 마다라는 호쾌한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주먹을 쥐어 맞부딪쳤다.
"붉은 불꽃은!"
"정의의 상징!"
이것은, 마다라가 정식으로 유성대를 나가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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