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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05.27 :: 404 Not Found : Itsuki Shu
  3. 2017.04.30 :: [마다치아] 계승(係承)
기타 조각글 2017. 10. 12. 00:45
Salvation(구원)
사카사키 나츠메의 이야기.

* 우울함 주의.
* 각종 날조 주의.
* 플레이아데스의 밤 이전의 시점입니다.

======================

사카사키 나츠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사흘 정도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요즘들어 바빠졌다며 전보다 자주 수업에 나오지 않아 다들 으레 그런 일이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변을 감지한 것은 그와 같은 유닛에 있는 하루카와 소라였다. 소라는 이상하다며, 스승이 연락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숙해지기도 힘든 스마트폰을 쥐고 이제나 저제나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츠무기도 안쓰러워져 몇 번이고 연락을 해봤지만 나츠메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나츠메는 츠무기에게 답장을 그렇게 자주 보내는 편이 아니었으므로 츠무기는 그냥 연락도 못할 정도로 바쁜 거라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다며 소라를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소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기어이 스승의 집에 가보겠다며, 츠무기에게 데려가 달라고 얘기를 꺼냈다. 집 주소를 알려주고, 소라를 데려가기까지 한 것을 알면 나츠메는 분명히 화를 낼 것이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소라를 말릴 수는 없었다. 혼자 보내서 여기저기 헤메게 하느니 같이 가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나츠메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돌아가.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니, 어쩌면 차갑기보다는 잠겨있었다. 지금은 너희를 볼 여유가 없어. 당분간 「점술사」의 일이 바빠 학교에는 제대로 가지 못할거야.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먼 걸음을 하게 했네. 미안해. 나츠메는 그렇게 말했다. 현관에서 조금 멀어지는 발소리에 소라는 문고리를 덜컥거리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츠무기가 소라를 감싸안았지만 소라는 스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외칠 뿐이었다. 그러나 나츠메는 더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에는 츠무기도 의문을 가졌다. 자신을 싫다며 거부해도 소라까지 이런 식으로 거부한 적은 없던 사람이었는데. 나츠메가 나올 때까지 문앞을 떠나지 않을 심산인 소라를 어르고 달래며 츠무기는 나츠메에게 문자를 보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상담해줄테니까요. 나츠메 군, 연락 정도는 해줘요.
나츠메는 잔뜩 성이 난 소라와 츠무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보다가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전원을 끄고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역시 소라는 속일 수 없었다. 말을 꺼내자마자 거짓말이라는 걸 눈치챘다. 소라는 그렇게 뭐든지 금방 알아버리는 아이니까. 그래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이 경우에는, 아오바 츠무기보다 마주하기 괴로운 상대가 바로 하루카와 소라였다. 나츠메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끝없이 빨려들어가는 어둠이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기분이었다.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언제, 까지. 아니, 기간에 대한 단순한 물음이 아니었다.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을까?

잊고 싶은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또 다시 밀려오는 토기에 나츠메는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했다. 바짝 마른 속은 위액만을 뱉어냈다. 목구멍이 쓰리다. 입을 헹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가볍게 목만을 축였다. 이런 일은 마미나 대디에게도 말할 수 없다. 아니, 말을 한다 한들 해결되는 것은 그저 기분이 조금 풀리는 정도일 뿐, 근원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근원은 자기 자신. 사카사키 나츠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여행자. 강제로 두 번이나 틀어져버린 운명의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가 진흙탕에 빠져버린 어리석은 존재. 사카사키 나츠메는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멈췄다간 문자 그대로의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서 멈추지는 못했지만, 내딛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내딛은 곳에 있는 게 정말로 발판일까? 사실은 끝도 없는 어둠인데 진흙탕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될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정말로 잘 해내고 있는 걸까? 행위에 대한 의문이 나츠메의 머릿속을 채웠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어쩌면어쩌면어쩌면. 「나는 틀리지 않았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증명해 줄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잘 해냈다고, 잘 해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 저 두 사람을 계속 이끌어도 되는걸까? 내가? 나는,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때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는데. 「오기인」이라고 불렸지만 사실은 가장 약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형들은 하나같이 빛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무너지는 것을, 한낱 어린애의 힘으로는 막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얻은 빛을 움켜쥐고 걷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길잡이가 되어줄 사람도, 이정표도 없다.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두 발로 걸어나가야만 했다. 말에는 강한 힘이 있다는 걸 나츠메는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는 화력을 자랑하는 각종 미사일들이 아닌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을 하늘에 띄워줄 수 있고,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지옥보다 더한 곳에 처박을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말」해왔다. 잘 하고 있는 거라고,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어. 침대에 드러누운 채 나츠메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때,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누구지, 이 시간에? 부모님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오지 않는다고 했고, 온다고 해도 열쇠가 있으니 굳이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됐다. 쾅. 아무 응답도 없자 다시 한 번 거친 소리가 났다. 이어서 덜걱거리며 손잡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다 다 망가지겠네. 정말, 누구야. 예의도 모르는 인간이. 집에 얌전히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속으로 온갖 불평을 하며 나츠메는 현관 앞에 섰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큰 소리가 났다. 아아, 나가요, 나가. 도대체 누구람. 인기척을 느꼈는지 점점 요란해지는 움직임에 나츠메는 짜증을 내며 문을 벌컥 열었다.

우당탕.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 저를 끌어안는 소라 덕분에 나츠메는 그대로 신발들 위로 넘어졌다. 현관의 턱에 뒤통수를 좀 부딪친 것도 같다. 나츠메가 몸을 살짝 웅크리며 미간을 찌푸리자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츠메군, 괜찮아요? 츠무기를 올려다보며 나츠메는 소라를 밀어서 떼어내고는 몸을 일으키며 짜증 섞인 말을 던졌다. 도대체가, 돌아가라고 했잖아. 왜 이 시간에 다시 온 건데. 그것도 이렇게 요란하게. 진짜 무슨 생각이야? 특히 소라는 밤을 무서워하는데. 선배는 그걸 알면서도 애를 데리고 있었어? 나츠메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라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가자고 했지만, 그냥 갈 수 없었다고.

스승의 색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소라는, 스승~이 없는 스위치는 생각할 수 없어요. 선배도 좋지만 스승이 필요합니다.
스승은 소라가 원하는 걸 언제나 이루어주었고, 소라에게 새로운 「색」을 잔뜩 보여주었네? 그러니까 소라는 스승~과 함께인 쪽이 좋아요! 사라지지 말아줘요. 소라와 선배만 두고 가버리지 말아요. 소라의 말에 나츠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다가오는 아이에게는 당할 수 없다. 사라지지 말아달라는 그 말 한 마디가, 신기하게도 마음을 울렸다. 진흙 속으로 잠겨가면서 헛된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뻗은 손을 누군가가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아아, 그래. 나는, 나는….

나는, 이제―.

조금 더 밝은 곳을 바라봐도 괜찮은 거야. 같이 바라봐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목을 조여오던 질척거리는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츠메를 츠무기는 무릎을 살짝 굽혀 바라보았다. 어라, 나츠메군…. 다음 말이 나오기 전에 나츠메는 손을 뻗어 츠무기의 눈을 가렸지만, 바로 소라가 저를 끌어안고 올려다보는 바람에 다시 손을 가져와 제 얼굴을 가렸다. 소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츠메를 바라보다가 그냥 그를 꼭 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츠무기도 말없이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행복했다. 그래서, 그래서 말라버렸던 눈물 샘이라도 터진걸까? 나츠메는 두 사람에게 안긴 채 소리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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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조각글 2017. 5. 27. 01:31

404 Not Found : Itsuki Shu


* 3학년 졸업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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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죄송합니다."


또, 실패다. 미카는 닫혀가는 수예부실의 문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유메노사키의 전통있는 유닛, 발키리의 이름을 지켜나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거라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걸로 몇 명 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한 사람까지 나가고나자 밀려오는 것은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이었다. 나도 아이돌이고, 무대에 서고 싶다. 내 무대로 스승님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몸이 망가져도 상관이 없었다. 물론 이게 자신의 경우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구성원이 바뀌었으니 모든 상황이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빠르게, 그리고 심각하게 삐걱거리고 있었다. 미카는 무릎을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는 우짜면 좋노…."


텅 빈 부실에 대고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츠무쨩 선배도, 스승님도 그 곳에는 없었다. 예전에는 이끄는 대로 끌려가기만 하면 됐던 것을 직접 하려니 쉽지 않았다. 앞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까, 앞으로 몇 명을 더 잃어야 할까. 아니, 새로운 사람을 찾을 수 있긴 할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돌아다녔다. 터질 것 같이 밀려오는 두통과 함께 오르는 열에 미카는 머리를 감싸쥐고 쏟아낼 데 없는 감정을 불안함과 섞어 제 몸을 긁어댔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소리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을 괴롭히던 미카의 손을 잡은 건 현재 유메노사키의 오기인의 정점에 있는 나츠메였다.


"뭘 하나 했더니. 틀어박혀 있을 여유가 있어?"

"…낫쨩."

"얘기는 들었어. 또 나갔다며?"

"…마음처럼 안된데이. 스승님처럼 하고 싶었는디…."

"또, 스승님."

"…낫쨩?"

"이제 그만 벗어나지 그래? 이츠키 슈의 그림자에서."

"…스승님한테 그 말투는 뭐꼬?"

"헤에, 그거 아직도 눌리는 거야?"

"니는 '기인'으로 함께 지내지 않았나. '슈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지 않았냐고. 그런데 졸업하자마자…!"


미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츠메의 손이 아플 정도로 얼굴을 잡아눌러 시선을 억지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가 익숙하지 않은 미카는 지그시 눈을 감았지만, 나츠메는 우악스럽게 엄지로 눈 아래의 근육을 눌러 강제로 눈을 뜨게 했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는, 초점조차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노란색 눈동자에 미카는 조용히 마른 침을 삼켰다. 나츠메는 손을 놓지 않은 채 미카의 눈을 마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지 마. 넌 아직도 이츠키 슈의 '인형'이야? 그렇다면 나도 네 호칭을 '제왕' 카게히라 미카가 아니라 다시 '인형'으로 격하시킬 거야. 네가 개인적으로 이츠키 슈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든 말든, 그건 네 자유지만 여기서 그 사람을 찾지 말란 말이야. 이츠키 슈, 그래, 슈 형은 엄청난 사람이지. 뛰어난 머리와,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실력. 그 모든 걸 갖춘 사람이었어. 나도 알아, 그래서 존경했고. 하지만 말이야, 카게히라 미카. 여기, 지금 이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그 사람을 대신할 인재는 아무도 없어. 네가 슈 형의 그 이름을 이어받았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슈 형이 아끼고 네가 사랑하던 유닛 발키리의 이름, 그리고 그 명예의 존속. 그건 네 결정에 따라 사라지거나 계속되거나 둘 중 하나야."


그 말에 시릴 정도로 아픈 미카의 눈에서는 눈물이 차올랐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데 뭘 어쩌란 말이고. 이정표가 아무 것도 없다고. 끌어줄 사람이 없단 말이다. 오랜만에 쏟아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넘치는 눈물을 보던 나츠메는 한숨을 내쉬고 미카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고개도 들지 못하는 미카의 머리에 마른 천을 하나 끌어와 덮은 나츠메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누른 채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제는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날아올라야 할 때야, '인형'씨. 실이 끊어졌어도 움직일 수 있는 법을 슈 형은 알려줬을 거야."

"…낫…쨩…."

"다시 '제왕'으로 불리고 싶으면 일어서서 나한테 인정받으러 와.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끄덕, 나츠메의 말에 미카의 고개가 작게 끄덕였다. 손 끝으로 느껴진 움직임에 미소를 지은 나츠메는 '기다릴게'라는 말만을 남기고 수예부실을 나갔다. 탁, 문틈이 닫히는 짧은 찰나로 미카의 시선을 느꼈던 것도 같다. 수예부실을 나온 나츠메는 어지러이 다가오는 복도를 입술을 꾹 다문 채 걷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가까운 창문을 열고 숨을 내쉬었다. 이런 역할을 맡기다니, 나중에 톡톡히 대가를 받아낼 거야, 슈 형.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문에 머리를 기댄 나츠메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졸업 직전에 따로 만났던 슈는 제게 미카의 신변을 부탁했다. 슈는 생각보다 미카의 심지가 단단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미카는 자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혼자 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역시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다르다는 걸까. 슈의 말대로 미카는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보는 쪽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흔들리는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츠메는 일부러 미카를 찾아갔고, 그가 아플 말들을 내뱉었다. 상처로 쐐기를 박아서 그가 오기로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밀려오는 잡생각에 머리를 짓이기듯 창틀에 관자놀이를 누르고 비벼댄 나츠메는 손을 들어 제 뺨을 두어 번 두드리며 심호흡을 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미움 받는 역할이라는 것도 쉬운 건 아니네." 듣는 사람이 없는 복도에 나츠메의 혼잣말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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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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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조각글 2017. 4. 30. 23:09

계승(係承)

* 마다라와 치아키의 이야기

* 날조 범벅입니다. 이런 걸 싫어하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앙스타 덕질을 한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3학년 때의 치아키는 이미 지금의 성격이니까 그 전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난, 유성대를 졸업할거야."

"뭐!?"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는 저도 모르게 벤치에서 일어났다. 후두둑, 미처 다 먹지 못한 도시락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졸업이라니, 갑자기? 말이 좋아 졸업이지 탈퇴를 말하는 게 아닌가! 침착하게 빵을 우물거리기만 하는 마다라를 보던 치아키는 머리를 거칠게 흩으며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니, 사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마다라가 하는 말을 이해했지만 좀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함께 유닛활동을 하다 3학년이 되어 유메노사키를 졸업하는 것 이외의 이별방식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성레드인 그가 그런 말을 꺼내다니.


"마다라, 진심이냐?"

"응. 이미 정했어."

"…으으, 머릿속이 복잡하군."

"그래서말인데, 치아키."


다음 레드는 네가 맡아라. 앞으로의 유성대를 끌어갈 사람에는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해.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의 붉은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번에 그렇게 하겠다고 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유성대는 유서깊은 유닛이다. 그 사실은 처음에 유성대에 들어갔을 때부터 들어왔기에 아직도 머릿속에, 마음 속에 박혀있었다. 그런 유닛을 내가 끌어나가라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것도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사실은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멤버들 간에 불화가 있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나가는 것이다. 이대로 붙잡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치아키는 깍지를 낀 채 엄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혼란스러워서.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아하하, 뭐,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 마다라는 사과주스를 순식간에 비워버리고는 빈 팩에 꽂힌 빨대를 가만히 입에 물고 있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다 조용히 옛날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꽤 많이 달라졌네, 우리. 그렇게 운을 뗀 마다라의 시선이 잠시 치아키를 향했다. 생각에 잠겨있던 치아키는 그의 말에 시선을 마주했다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러네, 라고 답했다. 지금은 제법 열혈콤비로 학생회를 귀찮게 하거나 함께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모리사와 치아키는 지금만큼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1학년 봄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특별히 무언가 거창한 것이 하고 싶은 신입생은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적당히 학교 생활을 하고 적당히 졸업을 하면, 그저 그러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유닛활동을 먼저 하자고 권유한 것은 같은 반의 마다라였다. 그게 설마 히어로 컨셉의 유닛, 「유성대」일 줄은 몰랐지만. 결국 어영부영 그에게 휘말려 함께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유성대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누구나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히어로물을 보고 몇 번인가 흉내를 내보기는 하지만, 커가면서 그런 건 '어린애같다'는 이유로 하찮은 취급을 당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아침 7시 30분에 방송을 보는 걸 그만뒀는 지도 치아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마다라는 곧잘 얽혀들어왔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언제나 그랬듯이 일어나 정의의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들을 봤다며. 귀찮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에는 적당히 상대를 하고 넘겨버릴 생각이었지만, 1학년 말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어느새 일요일 아침 방송을 열심히 챙겨보고 있었다.


"뭐,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한테는 감사하고있어, 마다라."

"그렇게 거창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뭐."

"…유성대를 졸업하면 뭘 할거냐?"

"음, 그거 말인데. 솔로 활동을 시작할까 해."

"솔로…?"

"아아, 혼자서 말이야. 자유롭게."

"하하! 너다운 말이네, 마다라!"


자유라. 마다라가 이렇게 말을 걸고 나오면 그를 말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에 잠긴 치아키는 피식 웃고는 주먹을 가볍게 마다라에게 내밀었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마다라에게 있어,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유성대」를 지키기 위해. 비록 무언가를 짊어지고 이어나가는 일에는 서툴지만, 그럼에도 이 유닛을 위해 해야만 한다면. 치아키가 내민 주먹을 보던 마다라는 호쾌한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주먹을 쥐어 맞부딪쳤다.


"붉은 불꽃은!"

"정의의 상징!"


이것은, 마다라가 정식으로 유성대를 나가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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