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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치아] 계승(係承) (0) | 2017.04.30 |
404 Not Found : Itsuki Shu
* 3학년 졸업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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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죄송합니다."
또, 실패다. 미카는 닫혀가는 수예부실의 문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유메노사키의 전통있는 유닛, 발키리의 이름을 지켜나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거라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걸로 몇 명 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한 사람까지 나가고나자 밀려오는 것은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이었다. 나도 아이돌이고, 무대에 서고 싶다. 내 무대로 스승님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몸이 망가져도 상관이 없었다. 물론 이게 자신의 경우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구성원이 바뀌었으니 모든 상황이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빠르게, 그리고 심각하게 삐걱거리고 있었다. 미카는 무릎을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는 우짜면 좋노…."
텅 빈 부실에 대고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츠무쨩 선배도, 스승님도 그 곳에는 없었다. 예전에는 이끄는 대로 끌려가기만 하면 됐던 것을 직접 하려니 쉽지 않았다. 앞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까, 앞으로 몇 명을 더 잃어야 할까. 아니, 새로운 사람을 찾을 수 있긴 할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돌아다녔다. 터질 것 같이 밀려오는 두통과 함께 오르는 열에 미카는 머리를 감싸쥐고 쏟아낼 데 없는 감정을 불안함과 섞어 제 몸을 긁어댔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소리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을 괴롭히던 미카의 손을 잡은 건 현재 유메노사키의 오기인의 정점에 있는 나츠메였다.
"뭘 하나 했더니. 틀어박혀 있을 여유가 있어?"
"…낫쨩."
"얘기는 들었어. 또 나갔다며?"
"…마음처럼 안된데이. 스승님처럼 하고 싶었는디…."
"또, 스승님."
"…낫쨩?"
"이제 그만 벗어나지 그래? 이츠키 슈의 그림자에서."
"…스승님한테 그 말투는 뭐꼬?"
"헤에, 그거 아직도 눌리는 거야?"
"니는 '기인'으로 함께 지내지 않았나. '슈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지 않았냐고. 그런데 졸업하자마자…!"
미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츠메의 손이 아플 정도로 얼굴을 잡아눌러 시선을 억지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가 익숙하지 않은 미카는 지그시 눈을 감았지만, 나츠메는 우악스럽게 엄지로 눈 아래의 근육을 눌러 강제로 눈을 뜨게 했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는, 초점조차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노란색 눈동자에 미카는 조용히 마른 침을 삼켰다. 나츠메는 손을 놓지 않은 채 미카의 눈을 마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지 마. 넌 아직도 이츠키 슈의 '인형'이야? 그렇다면 나도 네 호칭을 '제왕' 카게히라 미카가 아니라 다시 '인형'으로 격하시킬 거야. 네가 개인적으로 이츠키 슈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든 말든, 그건 네 자유지만 여기서 그 사람을 찾지 말란 말이야. 이츠키 슈, 그래, 슈 형은 엄청난 사람이지. 뛰어난 머리와,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실력. 그 모든 걸 갖춘 사람이었어. 나도 알아, 그래서 존경했고. 하지만 말이야, 카게히라 미카. 여기, 지금 이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그 사람을 대신할 인재는 아무도 없어. 네가 슈 형의 그 이름을 이어받았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슈 형이 아끼고 네가 사랑하던 유닛 발키리의 이름, 그리고 그 명예의 존속. 그건 네 결정에 따라 사라지거나 계속되거나 둘 중 하나야."
그 말에 시릴 정도로 아픈 미카의 눈에서는 눈물이 차올랐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데 뭘 어쩌란 말이고. 이정표가 아무 것도 없다고. 끌어줄 사람이 없단 말이다. 오랜만에 쏟아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넘치는 눈물을 보던 나츠메는 한숨을 내쉬고 미카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고개도 들지 못하는 미카의 머리에 마른 천을 하나 끌어와 덮은 나츠메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누른 채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제는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날아올라야 할 때야, '인형'씨. 실이 끊어졌어도 움직일 수 있는 법을 슈 형은 알려줬을 거야."
"…낫…쨩…."
"다시 '제왕'으로 불리고 싶으면 일어서서 나한테 인정받으러 와.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끄덕, 나츠메의 말에 미카의 고개가 작게 끄덕였다. 손 끝으로 느껴진 움직임에 미소를 지은 나츠메는 '기다릴게'라는 말만을 남기고 수예부실을 나갔다. 탁, 문틈이 닫히는 짧은 찰나로 미카의 시선을 느꼈던 것도 같다. 수예부실을 나온 나츠메는 어지러이 다가오는 복도를 입술을 꾹 다문 채 걷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가까운 창문을 열고 숨을 내쉬었다. 이런 역할을 맡기다니, 나중에 톡톡히 대가를 받아낼 거야, 슈 형.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문에 머리를 기댄 나츠메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졸업 직전에 따로 만났던 슈는 제게 미카의 신변을 부탁했다. 슈는 생각보다 미카의 심지가 단단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미카는 자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혼자 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역시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다르다는 걸까. 슈의 말대로 미카는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보는 쪽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흔들리는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츠메는 일부러 미카를 찾아갔고, 그가 아플 말들을 내뱉었다. 상처로 쐐기를 박아서 그가 오기로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밀려오는 잡생각에 머리를 짓이기듯 창틀에 관자놀이를 누르고 비벼댄 나츠메는 손을 들어 제 뺨을 두어 번 두드리며 심호흡을 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미움 받는 역할이라는 것도 쉬운 건 아니네." 듣는 사람이 없는 복도에 나츠메의 혼잣말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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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치아] 계승(係承) (0) | 2017.04.30 |
계승(係承)
* 마다라와 치아키의 이야기
* 날조 범벅입니다. 이런 걸 싫어하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앙스타 덕질을 한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3학년 때의 치아키는 이미 지금의 성격이니까 그 전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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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성대를 졸업할거야."
"뭐!?"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는 저도 모르게 벤치에서 일어났다. 후두둑, 미처 다 먹지 못한 도시락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졸업이라니, 갑자기? 말이 좋아 졸업이지 탈퇴를 말하는 게 아닌가! 침착하게 빵을 우물거리기만 하는 마다라를 보던 치아키는 머리를 거칠게 흩으며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니, 사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마다라가 하는 말을 이해했지만 좀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함께 유닛활동을 하다 3학년이 되어 유메노사키를 졸업하는 것 이외의 이별방식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성레드인 그가 그런 말을 꺼내다니.
"마다라, 진심이냐?"
"응. 이미 정했어."
"…으으, 머릿속이 복잡하군."
"그래서말인데, 치아키."
다음 레드는 네가 맡아라. 앞으로의 유성대를 끌어갈 사람에는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해. 마다라의 말에 치아키의 붉은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번에 그렇게 하겠다고 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유성대는 유서깊은 유닛이다. 그 사실은 처음에 유성대에 들어갔을 때부터 들어왔기에 아직도 머릿속에, 마음 속에 박혀있었다. 그런 유닛을 내가 끌어나가라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것도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사실은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멤버들 간에 불화가 있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나가는 것이다. 이대로 붙잡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치아키는 깍지를 낀 채 엄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혼란스러워서.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아하하, 뭐,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 마다라는 사과주스를 순식간에 비워버리고는 빈 팩에 꽂힌 빨대를 가만히 입에 물고 있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다 조용히 옛날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꽤 많이 달라졌네, 우리. 그렇게 운을 뗀 마다라의 시선이 잠시 치아키를 향했다. 생각에 잠겨있던 치아키는 그의 말에 시선을 마주했다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러네, 라고 답했다. 지금은 제법 열혈콤비로 학생회를 귀찮게 하거나 함께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모리사와 치아키는 지금만큼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1학년 봄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특별히 무언가 거창한 것이 하고 싶은 신입생은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적당히 학교 생활을 하고 적당히 졸업을 하면, 그저 그러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유닛활동을 먼저 하자고 권유한 것은 같은 반의 마다라였다. 그게 설마 히어로 컨셉의 유닛, 「유성대」일 줄은 몰랐지만. 결국 어영부영 그에게 휘말려 함께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유성대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누구나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히어로물을 보고 몇 번인가 흉내를 내보기는 하지만, 커가면서 그런 건 '어린애같다'는 이유로 하찮은 취급을 당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아침 7시 30분에 방송을 보는 걸 그만뒀는 지도 치아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마다라는 곧잘 얽혀들어왔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언제나 그랬듯이 일어나 정의의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들을 봤다며. 귀찮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에는 적당히 상대를 하고 넘겨버릴 생각이었지만, 1학년 말의 모리사와 치아키는 어느새 일요일 아침 방송을 열심히 챙겨보고 있었다.
"뭐,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한테는 감사하고있어, 마다라."
"그렇게 거창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뭐."
"…유성대를 졸업하면 뭘 할거냐?"
"음, 그거 말인데. 솔로 활동을 시작할까 해."
"솔로…?"
"아아, 혼자서 말이야. 자유롭게."
"하하! 너다운 말이네, 마다라!"
자유라. 마다라가 이렇게 말을 걸고 나오면 그를 말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에 잠긴 치아키는 피식 웃고는 주먹을 가볍게 마다라에게 내밀었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마다라에게 있어,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유성대」를 지키기 위해. 비록 무언가를 짊어지고 이어나가는 일에는 서툴지만, 그럼에도 이 유닛을 위해 해야만 한다면. 치아키가 내민 주먹을 보던 마다라는 호쾌한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주먹을 쥐어 맞부딪쳤다.
"붉은 불꽃은!"
"정의의 상징!"
이것은, 마다라가 정식으로 유성대를 나가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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